인간은 “시각 자극”
민감하기 때문에 속이기도 쉽다.

프랑스 보르도대학교에서
와인 양조학과 학생에게
시각과 후각에 대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첫 번째로 내놓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은 정상적인 것.

두 번째로 내놓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에는 약간의 속임수.

두 잔의 화이트 와인 중
하나에 향과 맛이 없는 빨간 색소를 타서,
학생들은 색소를 탄 화이트 와인을
레드 와인이라 굳게 믿었다.

이 레드 와인은 어쩌고저쩌고,
레드 와인만의 어쩌고저쩌고 하며
첫 번째 레드 와인과 비교까지 했다.

둘 다 화이트 와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은 얼마나 절망했을까.

시각의 차이가 후각의 차이를 압도한 사례.
거품으로 가득한 와인 시장을
마음껏 비웃는 실험이라 할 수도 있다.

수많은 마술의 트릭들도 마찬가지.
인간은 자신이 보는 것을 믿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볼 수 없으므로 쉽게 속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 시각적으로
손쉽게 현혹되는 동물이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본다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기능인지를.

우리는 눈이 두개라서
눈앞의 물체를 자세히 살필 수 있고,
눈이 두개라서 세상을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세계적인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는
입체시를 상실한 경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가까이에 있는 모든 것은
적절한 고체성과 공간과 깊이를 지니고 있었지만,
멀리 떨어진 모든 것은
완전히 평면적이고 단조롭다는 사실이었다.” 

입체는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이고,
현실의 입체보다 더욱 입체적이다.

예술은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고,
인간의 눈을 두개에서 네개로 만들어준다.

3D영화가 시시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극장의 스크린은 이미 그 자체로 평면이 아니다.
스크린 너머에 3D영상보다도
입체적인 공간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데,
우스꽝스러운 안경을 쓰고 눈앞에 있는 듯한
사물에 손을 뻗는 건 얼마나 시시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