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
– 기형도 시, 10월 중에서 –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이라는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10월”이라는 시입니다.
가을은 우리에게 너무 짧게
한편으로는 지나가는 행인의 거친 어깨처럼 스쳐가는 듯 합니다.
끊임없는 시험 그리고 직장에서의 야근..
어떤 절망이 내 삶의 전부라고 느낀 그 순간.
그 순간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이미 무색무취한 맛에 익숙해진 내모습을 돌아보면,
초라한 위기가 나의 발목 근처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곰곰히 내 어두움을 생각해 봅니다.
빠짐없이 되살아나는 내일을 위해..
Image : Fall Concept by Murasaki-Shih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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