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백작? 아니다.
“아수라” 는
어지럽고 난잡한 것.
아수라는 고대 인도 신화에 나오는 신,
근데 어찌하다 불교로 흡수되면서
원치 않은 악역을 맡은 신이 되었다.
재앙, 기근, 전쟁터의 혼돈…
하지만 주의할 점.
더 어지럽히고,
더 어질러놓는다고 해서
아수라장이 되진 않는다.
“아수라”의 정도는
규모와 스케일에 정비례해서
꼭 증가하지만은 않는다는 점.
무너지는 빌딩 더 높다고 해서,
침몰하는 배가 더 큰다고 해서,
“아수라”의 그 정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희생자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망가진 물품의 배상액이 늘어난다고 해서,
아수라도가 정비례해 늘지는 않는다.
재난은
작은 집에서도, 골방 안에서도,
두세 사람만 있어도 일어난다.
즉, “아수라”는 “혼돈”과는 다른 거다.
혼돈에 빠졌다고 해서
다 아수라장은 아닌 것이다.
어떤 사건사고를 아수라로 표현한
그 안에는.
밑도 끝도 없는 반칙,
종잡을 수 없는 변칙,
치사하기 짝이 없는 행동,
그렇다고 예측도 예방도 안 되는.
서로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신경전.
일찍히 아수라 신화에서 묘사했던 것처럼,
인간성의 시체들이 즐비하게 쌓여가고 있다.
동분서주하고
갈팡질팡하고
우왕좌왕하는 인간.
그러고 보니 왠지.. 아수라 백작은
이미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는 듯?
-김곡, 씨네21 중에서-


Leave a Reply